日新又日新

왼손 필사 - 대나무 숲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Alice E. Grant 2023. 2. 5. 10:41

여동생이 나를 따라서 장자 왼손으로 쓰기에 도전.
나는 현재 햄릿을 왼손으로 쓰고 있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주 우연히 접한 왼손 쓰기 밴드 광고를 보면서였다.
처음엔 밴드에 들어가 사람들이 왼손으로 쓴 작품들을 눈으로만 구경하다가
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서 주역 왼손 필사를 시작했다.
밴드 사람들은 끈기가 없는지, 대부분이 며칠 해 보다 말았다.
나, 성실성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

처음에는 주역을, 그 다음에는 도덕경 한글판, 영어판, 한자판을 왼손으로 썼다.
그리고 나서 장자를 시작했고,
현대물리학과 동양 사상의 만남 : 아인슈타인과 부처를 왼손 필사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셰익스피어 전집 중에서 그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 희곡을 왼손으로 필사하기 시작했다.

이젠 왼손으로 글씨를 쓴 노트들이 제법 된다.
뿌듯하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그 필사 시간 자체가 명상 시간이다.
진정 '나'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다.

대나무 숲에 비 내리는 소리나
한옥에 비 내리는 소리
둘 중 하나의 유튭 비디오를 틀어놓고 쓴다.

처음에는 연필을 깎아가면서 썼다.
초보자라면 연필을 강추한다.
볼펜으로 쓰기도 한참 했는데, 이건 손가락 관절을 상할 수 있어서 비추.
지금은 만년필로 쓴다. 강추!

노트는 스프링 노트가 가장 좋다.
쓰다 보면 안다, 왜 스프링 노트가 가장 좋은지.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시간은 나를 고요하게 하는 시간이다.
정갈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책상을 깜끔하게 만든 뒤
필사할 책을 꺼내고 스프링 노트, 만년필을 꺼낸다.
목이 마를 때 마실 물도 준비한다.

시간이 제법 걸린다.
하루 한 시간 이상을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 국민학교에 입학해 연필을 잡았던 순간,
그리고 나의 한글 오른손으로 쓰기가 어떻게 발전해갔는지를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반추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해 보면 안다.
많은 이에게 권하고 싶다.

마음의 평화를 원한다면, 그들도 나처럼~.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꺼내 왼손 필사를 해 보시길.

내가 왼손으로 글씨 쓰기를 할 때 틀어놓는
대나무 숲에 비 내리는 소리 유튭 비디오를 여기에 링크 걸어둔다.

울창한 대나무 숲에 내리는 빗소리 - Rain sound in the Bamboo grove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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