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新又日新

슬픔 바이러스

Alice E. Grant 2023. 10. 13. 07:58

올케가 세상을 떠난 후 남동생 집에 여동생이 정기적으로 오가며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고 있다. 살림, 아이들 케어에 관한 지식 아니 지혜들을 남동생에게 속성으로 가르쳐 주고 성장기의 아이들 관련 조언들도 아끼지 않고.

남양주에서 등촌동까지 그 먼 길을 버스 타고 전철 갈아타고 다녔다. 여동생도 아이가 셋이나 있어 너무나 바쁜 처지이지만 매주 그렇게 오갔다.

우리는 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형제들이다. 게다가 우울 유전자도 공유한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아침부터 여동생이 보낸 메세지를 보고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게 나였다.

어제 아파트 앞 조경수들이 가을 빔으로 갈아입은 것을 보며, 저 나무에 하얀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던 그 봄날, 화장터로 향했던 버스에서의 그날, 차창 밖으로 보이던 그 싱싱하고 눈부신 생명을 꿈틀거리던 그 이름 모를 나무들의 아우성 닮은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렇게 우리 올케는 갔다.

아침부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 하는 나를 보며 존은 무슨 일인가 싶어 내 서재를 노크한다. 아직도 나는 올케의 부재가 한없이 슬프다. 그녀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여동생의 아침 메세지를 옮겨 본다. 보고싶은 금순이, 나의 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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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이가 출장가면서
찌개 끓여놓고 짜장 볶아놓고 시현이 식사준비 다해놓고 갔더라..
집청소도 나무랄데가 없더라고..

억척스러울 정도로 집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어...
잡념이 스며들 새가 없도록 자신을 열심히 부려먹고 있더라...

주방의 그릇들도 이리저리 옮겨가며 자기 손에 맞도록 잘 조정해놓았고...
식물들도 잘 돌본 티가 확연해

오랜만에 등촌역으로 내려서 깨비시장을 들러서 장봐왔어..

여름오기전에 갔던게 마지막였는데...
시장모습이 그새 변했어...낯설어

순이가 떠나고 시간이 꽤 흘렀구나싶었지..

야속한 생각에 먹먹해져서 어제는 음식도 잘 못했어..
무슨 슬픔이 이리 변하지도 않냐..
슬픔의 반감기는 도대체 몇년일까...2로 나누고 나누고 또 나눠도 0은 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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